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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야 막내시절

내 자신에게 화가 나는 날

by 반성왕 2021. 4. 9.

목차

    이제 곧 있으면 스시야에서 일한 지 2달째다.

     

    내가 처음에 왔을 때 사장님께서 나에게 물었다. 

      "얼마쯤 하면 뒷주방 혼자 볼 수 있을 정도 되겠냐?"

    난 당당하게 얘기했다. 

      "두~세 달입니다."

     

    그땐 정말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모든 것이 쉬워보였다. 

    그러나 스시야의 뒷주방은 1분 1초가 소중했고 

    하나의 발걸음에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움직여 

    여러 가지의 일을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진행해야 한다. 

    멀티가 도통 쉽지 않은 나로서는 시간을 줄이며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림돌은 

    자신의 머릿 속에 일의 순서를 계속 해서 되뇌이며 

    기억하는 것. 그리고 까먹지 않는 것. 

    하나의 꽂혀서 다른 것을 까먹는 순간 

    손님은 요리를 기다리고 지루해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가게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엄청난 집중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긴장도 하고 눈치도 보며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몰랐기에 

    집중을 하려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내 문제점도 알았고

    가게가 돌아가는 느낌도 자연스럽게 

    몸에 익으면서 집중하는 법을 알기 시작했다. 

     

    웃음기 빼고 집중하며 내 머릿 속에서는 

    끊임없이 "침착하자. 동요하지 말고 침착하자"

    를 되새긴다. 

     

    이 일을 멘탈이 나갈 수 있는 순간들이 많이 온다. 

    나가야 하는 네타가 타버린다던지 

    츠마미가 타버린다던지 

    갑자기 만들려했는데 재료가 없다던지 

     

    예전에는 그러면 너무도 정신이 나가서 

    다른 일을 다 까먹고 거기서 어버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 없다. 아 태웠다. 

    다시 한다. 욕 먹고 고객에게 부끄럽게 드리지 말자 

    라는 생각을 이성적으로 하곤 한다. 

     

    그러면서 정말 내가 감정이 메말라가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치만 그렇게 집중을 하고 일을 해나갈 때 

    말리지 않고 조금씩 쳐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아직도 내 자신이 혼자 다 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내 욕심이 과한 건 맞다. 

    난 이제 칼이란 걸 잡고 요리를 시작한 지 

    두 달? 째다. 

    27살에 뒤늦게 시작해 이렇게 하고 있는데 

    3~4년 요리하고 온 사람들이 즐비한 곳에서 

    두 달만 하고 다 해내고 싶다라는 생각하다니..

     

    그러나 그렇다. 어딜 가든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건 사람 마음이다. 

    나도 그렇다. 

    난 인정에 너무도 메마른 사람이다. 

     

    그래서 매일 반성하려고 노력하고 

    뒤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연습하고 고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은 하며 집에 오면 눕고 싶고 TV 보고 싶고 

    놀고 싶은 게 태산이다. 

     

    그치만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며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흔들리고 있는 날 조여맨다. 

     

    언젠가 내가 직접 예술의 스시를 쥐는 그 날을 위해 

    삶에는 내 가슴을 매일 매순간 뛰게 해줄 일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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